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로 지구 반대편 사람과도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바다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이 모든 연결이 단절된다.
와이파이도, LTE도, 블루투스도 작동하지 않는다.
왜일까?
단순히 중계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물이라는 매질이 무선 전파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선통신은 왜 물속에서 제한적일까?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먼저 무선통신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무선통신은 ‘전자기파’를 이용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무선통신 기술은 전자기파, 즉 전파(RF, Radio Frequency)를 기반으로 한다.
이 전파는 공기 중에서는 아주 잘 퍼져나가며, 벽이나 사람 같은 일상적인 장애물도 어느 정도는 뚫고 나간다.
하지만 매질이 바뀌어 공기에서 물로 넘어가는 순간,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물은 전자기파에 ‘적대적인’ 환경이다
물은 특히 전기 전도도가 높은 매질이다.
전도성이 높다는 것은 전기가 잘 통한다는 뜻인데, 전자기파는 이러한 전도성 환경에서 빠르게 흡수되고 감쇠된다.
특히 해수(염분이 있는 바닷물)는 거의 도체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전파가 물속으로 침투하지 못하고 거의 표면에서 소멸해버린다.
이를 수치로 표현하면 더 분명해진다.
일반적인 와이파이 전파(2.4GHz)는 해수에서는 수 밀리미터 정도밖에 침투하지 못한다.
잠수복을 입고 발끝까지 물에 잠기면, 스마트워치는 이미 외부 세계와의 연결이 끊긴 상태가 된다.
‘표피 깊이’ 현상: 감쇠의 핵심 원리
물속에서 RF 통신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표피 깊이(skin depth) 때문이다.
이는 전자기파가 도체처럼 작용하는 물질 속으로 얼마나 깊이 침투할 수 있는지를 수학적으로 나타낸 값이다.
주파수가 높을수록, 물의 전도도가 높을수록 이 깊이는 극도로 얕아진다.
예를 들어, 해수에서 100MHz 전파의 표피 깊이는 약 0.1mm 정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바닷물은 사실상 RF 신호를 ‘벽처럼’ 막아버리는 셈이다.
그럼 수중에서는 통신이 아예 불가능한가?
전혀 그렇지는 않다. 전파 대신 음파(Acoustic wave)나 광파(Optical wave)를 활용하면 수중에서도 제한적으로 통신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해군의 잠수함은 초저주파(VLF) 전파를 수신하여 간단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민간에서는 수중 드론(UUV)이나 센서 네트워크 간 통신에 음파를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방식도 단점이 있다.
음파는 속도가 느리고 지연이 크며, 광파는 물의 탁도와 장애물에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지상처럼 빠르고 자유로운 실시간 통신은 아직 수중에서는 어렵다.
방식 | 주파수/기술 | 특징 | 장점 | 단점 |
음파 (Acoustic) | 수 kHz~MHz | 수중 통신의 대표 방식 | 비교적 장거리 통신 가능 (수백~수천 m) | 속도가 느림, 지연 큼, 대역폭 낮음 |
광파 (Optical) | 가시광선, 적외선 | 근거리 고속 통신 | 빠른 속도, 짧은 지연 | 탁도에 민감, 직진성 강함 (장애물에 약함) |
무선 전파 (RF) | 수 kHz 이하의 초저주파 | 얕은 수심에서만 가능 | 기존 RF 기술과 호환성 | 매우 짧은 거리 (수 m 이하), 고출력 필요 |
물은 ‘자연이 만든 전파 차단막’
이렇게 보면 물은 그 자체로 완벽한 전파 차단 구조물이다.
얇은 막 하나 없이도, 물이라는 매질만으로도 모든 RF 신호를 차단할 수 있다.
이 원리를 반대로 이용하면, 육지에서도 특정 공간을 전파로부터 고립시킬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지상에서는 어떻게 전파를 막을 수 있을까?
전자기파의 성질을 역으로 이용한 인공 구조물은 실제로 존재하며, 군사, 보안,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육지에서 전파를 차단하려면? – 전자기파를 막는 인공 구조물들
우리는 앞서 물이라는 매질이 전자기파, 즉 RF 신호를 거의 통과시키지 못하는 성질 덕분에 바닷속에서는 무선통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그 말은 곧, 물처럼 전파를 흡수하거나 반사하는 구조물만 잘 만들면 지상에서도 전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의 일상과 산업, 보안, 군사 영역에서는 다양한 목적에 따라 전파를 차단하거나 통제하기 위한 시설들이 사용되고 있다.
1. 패러데이 케이지 – 가장 고전적이면서 강력한 방식
전파 차단 구조물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단연 패러데이 케이지(Faraday Cage)다.
이는 도체(금속)로 이루어진 밀폐된 공간으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모든 전자기파를 도체 표면에서 반사시키거나 흡수함으로써 내부를 완전히 전파로부터 고립시킨다.
이 기술은 이미 19세기 초 마이클 패러데이에 의해 실험으로 입증되었고, 지금까지도 매우 널리 사용된다.
대표적인 활용 사례는 다음과 같다.
- 보안이 필요한 회의실이나 군사 통신실
- 전자기파 민감 시험실(EMC Lab)
- 스마트폰을 무력화하는 수감 시설
- 전자기 펄스(EMP) 방어 시설
패러데이 케이지 내부에 들어가면 와이파이, 블루투스, LTE 모두 작동하지 않게 되며, 이론적으로는 핵폭발에 따른 EMP도 막을 수 있다.
2. 전파 흡수체 – 반사 대신 흡수한다
패러데이 케이지가 전파를 '반사'해서 차단하는 방식이라면, 전파 흡수체(RAM, Radar Absorbing Material)는 전파를 아예 '삼켜버리는' 방식이다.
이들은 탄소섬유, 페라이트, 그라파이트 도료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입사하는 전자기파를 흡수해 열로 변환하거나 내부에서 소멸시키는 원리를 이용한다.
활용 예시는 다음과 같다:
- 스텔스 전투기 표면 (레이더 회피)
- 군사 및 보안시설 벽체
- RF 무기 방어용 건축 자재
- 전자기파 차단 회의실 내부 마감재
이런 재료들은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막는 것뿐 아니라, 내부에서 새어나가는 신호도 막기 때문에 정보 유출 방지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3. 전도성 유리 및 차폐 도료 – 일상으로 들어온 기술
고급 회의실이나 금융기관에서는 전도성 필름(예: ITO, 은나노선)을 입힌 유리를 사용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전파를 차단한다.
이 방식은 전파는 막고, 빛은 통과시키는 특성이 있어 실내에서는 차폐 효과를 누리면서도 개방감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전파 차폐 기능이 있는 벽지나 페인트도 상용화되고 있다.
도료 속에 미세한 은이나 구리 성분을 넣어서 벽이나 천장을 전자기파에 둔감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 기술들은 이미 보안 회의실, 데이터센터, 스마트 오피스 빌딩 등에서 실사용 중이다.
4. 두꺼운 콘크리트와 철제 구조물 – 은근히 강력한 차단재
일상적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전파 차단 현상 중 하나는 엘리베이터나 지하주차장에서 스마트폰 신호가 끊기는 것이다.
이 경우 특별한 기술을 쓴 것이 아니라, 단순히 철제 벽과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물이 전파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RF 전파는 금속을 만나면 반사되고, 두꺼운 콘크리트를 통과하면서 감쇠되기 때문에, 이런 구조물만으로도 상당한 차단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기본적인 차폐 공간을 만들 수 있다.
5. 실용적인 예: ‘전파 없는 방’ 만들기
이 모든 기술을 적절히 조합하면, 우리도 일상 속에서 전파 없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 외부 회선을 차단한 회의실에서 패러데이 구조와 흡수체 도료를 조합하고,
- 전도성 유리를 설치한 창문으로 빛은 들이되 신호는 차단하며,
- 스마트폰을 차단하는 소형 패러데이 파우치를 활용해 장비 관리까지 하면,
완전히 고립된 RF 블라인드 존(RF Blind Zone)을 구성할 수 있다.
자연이 주는 힌트, 인간이 만든 기술
물은 자연이 만든 완벽한 전파 차단막이다.
인간은 이 원리를 배워, 철, 유리, 도료, 나노물질을 조합해 전파를 통제하는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그 결과 우리는 통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곳과, 전파로부터 고립될 수 있는 공간을 구분해서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기술은 단순히 보안에 그치지 않는다.
전자기파 과민증, 의료기기 간섭 방지, 드론 침입 차단, 미래형 주택의 정보 보안까지, 그 활용 범위는 계속 넓어지고 있다.
'요점만 간단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대 오일뱅크 포인트 사용 - 네이버 스토어 (0) | 2025.04.22 |
---|---|
라면은 의외의 한 끼가 될 수 있다 - 계란숙주라면 (0) | 2025.04.20 |
오피스텔 전입신고, 해도 될까? 꼭 알아야 할 사실 총정리 (1) | 2025.04.11 |
김포공항 국내선 바이오 등록, 한 번이면 끝! (0) | 2025.03.28 |
유니짜장이 뭐지? 저렴한 짜장 NONO (0) | 2025.03.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