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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만 간단히

대기업 공기업 퇴사? - 한국에서는 하지마

by ▙ ▚ ▛ ▜ 2024. 11. 10.

퇴사, 유행처럼 번진 트렌드
유튜브 같은 SNS에서 퇴사가 마치 트렌드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특히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 공기업에서의 퇴사를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으로 포장해 내세우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나 역시 국내 굴지의 IT 기업을 떠난 사람으로서, 과연 그 결정이 옳은 것이었는지 곰곰이 되짚어 보고자 한다.

대기업 퇴사? - 한국에서는 하지마
누구나 사연은 있다.

 

이 글에서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퇴사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한다.
물론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더 잘 나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일 뿐 아니라 상당한 운도 따라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이런 예외적인 경우에 자신도 포함된다는 관대함을 보인다.

물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확신에 차서 뛰어든 자영업 시장에서 2024년 한 해만 해도 백만 명 이상의 자영업자가 폐업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가 가진 지식과 능력은,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자리에 있을 때 빛난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 실력과 자격증, 문제 해결 능력과 리더십이 뛰어나다고 치자.
회사를 박차고 나와서 더 좋은 자리로 옮기지 않는 한, 현재 수준의 연봉과 복지, 사회적 혜택, 여가를 온전히 누릴 수 있을까?
이는 매우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성공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보편적으로 말하자면, 쉽지 않은 도전이다.

왜일까?

연봉과 복지, 그 모든 것을 버릴 가치가 있을까

대기업에서는 1억 원을 받고(물론 시간이 걸린다.)
주 5일 근무를 하며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회사 콘도를 이용하고, 매년 100만 원 상당의 종합검진을 받고, 배우자도 그 혜택을 함께 누린다.
1년에 몇 차례 목돈의 보너스를 받고, 미사용 연차는 다음 해 1월에 일당으로 정산받는다.
경조사 때는 회사에서 지원을 받고, 회사 사람들도 북적북적 자리를 채워준다.
자녀 학자금은 대학까지 가능하다.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다.

또 개인연금의 절반을 지원받고, 장기근속을 하면 5년, 10년, 15년, 20년... 휴가와 상금, 금메달 같은 혜택도 있다.
업무 능력을 인정받으면 회사가 대학원 진학을 지원하기도 하고, 다양한 교육을 통해 능력 개발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자녀가 있으면 회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퇴근 후엔 회사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
사내에는 수십 가지의 동호회가 있어 취미 활동을 누릴 수 있고, 구내 식당에는 한식, 중식, 일식 등 다양한 메뉴가 20여 가지 이상 준비되어 있다.

전자제품 살 일이 있으면 사내복지몰에서 쿠팡보다 싸게 살 수 있다.

신용대출은 저리로 담보 없이 1억원까지 가능하고, 주택담보대출도 낮은 이자로 대출이 가능하다.

더 많지만 여기까지만 적는다.

내 경험이다.

회사를 떠나서 고수익 구조를 만든다고?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과연 고액의 연봉과 이처럼 겹겹이 쌓인 복지 혜택이 내 능력의 대가일까?...
내가 회사에 기여하는 것이, 내가 받는 대가와 완전히 부합할까?

 

사실 내가 받는 보상은 내가 회사에 기여하는 가치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이마저도 관대하게 평가한 것이다.

내가 만들어낸 성과가 아닌데도, 회사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보상을 줄 수 있을까?

이유는, 바로 부가가치와 잉여수익 때문이다.

대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을 영위한다.
업무도 체계화되고 자동화되어 있어서 일부 직원이 자리를 비워도 24시간 시스템이 돌아간다.
효율적인 구조 덕분에 잉여생산과 잉여이익이 발생하고, 직원은 그 잉여이익의 일부분을 나눠 갖는 것이다.
대기업을 떠나 사회로 나왔을 때, 과연 이런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가능할까?
나는 NO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어렵다고 본다. 

자신이 성실하고 부지런하다고 느끼는 것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기 때문이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부지런한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부지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학창 시절에 왜 편안하게 집에서 공부하면 될 것을, 굳이 학교나 독서실에 가야 했을까. 생각해 보자.

 

전문직이라도 완벽한 자유는 없다

한 예로, 배달 일로 월 1,200만 원을 벌던 사람이 있었다.
유튜브에서도 유명한 인물로, 일주일 내내 일하며 거의 휴일이 없다시피 했다.

배달에 대한 전문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해서, 지역의 상세 지도를 외우고 있고, 가장 빠른 최적의 라우트를 생각해 낸다.
그러나 이 분 같은 개인사업자는 주변에 동료나 사회적 네트워크가 적어서, 모든 것을 직접 관리해야 한다.
식비와 건강검진 비용 등 모든 생활비가 순전히 본인이 번 돈에서 지출된다.

업무상의 위험은 항상 따라 다녔다.
(이 분은 얼마전 사고로 운명을 달리 하셨다...)

의사의 경우는 상황이 좀 낫다.
내가 아는 의사는 매주 일요일에만 쉬고, 평일에는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한다.
가끔은 예기치 않게 까다로운 환자도 만나고, 간호사가 퇴사라도 한다면 새 직원을 구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일주일짜리 긴 휴가는 꿈도 꾸기 어렵고, 명절에나 가족과 짧은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뿐이다.

학자금 등 모든 비용은 자신이 번 돈에서 지출한다.

의료 시설과 고장은 자신이 고치거나 돈을 들여야 한다.
의원은 자동화할 수 없는 자영업이다.
의사는 반드시 출근해야 하는 것이다.
그 의사의 연 수입은 2억 원을 넘지만, 대기업 직장인처럼 연차나 휴가는 없다.
외롭지만 그나마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전문직이라서 버틸 수 있는 것이다.

 

퇴사 이후의 삶, 기대와 현실의 차이

퇴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의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만한 고민이 녹아 있다.

삶의 질, 업무 만족도, 개인적 성장이 중요하지만,

대기업을 나와서 비슷한 수준의 회사로 재취업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은 현 수준의 인컴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은퇴 후에도 재취업 기회가 많고, 현역 시절 수입의 80% 수준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도 꽤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그런 일자리가 드물고, 결국 자영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자영업에 올인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연간 백만 명이 폐업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인생은 수십 년을 끌고 가야 하는 하나의 경영이다.

진학, 취업, 결혼, 출산 등 살면서 꼭 찍어야 할 마일스톤들이 존재한다.

보편적으로 이런 마일스톤은 그 시기를 놓치면 한 해, 두 해 미뤄지다가 결국 놓쳐 버리기 십상이다.

이 모든 걸 해내려면, 계획 가능한 수입과 안정성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누군가는 마일스톤을 잠시 미루고 빠르게 성공해 한 번에 모든 걸 이루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사람은 예외적인 경우를 자신에게만 적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주식처럼 내가 사면 오를 것 같다거나,

마치 흡연자가 "100세 넘게 산 할머니" 이야기를 꺼내며 담배를 정당화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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