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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만 간단히

국회의원이 총리가 되면, 의원직은 어떻게 되나

by ▙ ▚ ▛ ▜ 2025. 6. 4.

국회의원이 국무총리 지명장을 받으면 의원직은 어떻게 될까.
헌법 43조는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고만 적어 두고 세부 사항을 전부 법률에 위임했다.
그 위임을 받아 국회법 29조는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직 이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라고 못 박았다.
다시 말해, 총리나 장관은 예외적으로 겸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겸직이 허용된다는 사실은 왜 늘 논란이 있을까.
2020년 정세균 국회의장 출신 의원이 총리 후보로 지명됐을 때,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 2인자가 되는 것은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비판과 “헌법·국회법상 아무 문제 없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섰다.
실제로 그는 임명 동의안 표결 직전까지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했고, 최종 임명 직후 스스로 의원직을 내려놓았다.
법률은 강제하지 않았지만, 정치적 부담이 결정을 재촉한 셈이다. 

 

겸직을 허용하는 규정은 의원 개인에게 ‘선택지’를 남겨 둔다.
지역구 의원은 보궐선거 비용과 지역 공백을 염려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비례대표 의원은 후순위 동료에게 의석을 넘겨주고 장관·총리 역할에 집중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정답은 없지만, 겸직이 길어질수록 의정 활동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제시된다.
입법안 발의 건수와 가결률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는 통계는 “겸직은 의원 본연의 대표성을 잠식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세비 문제도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현행 규정은 ‘중복 수령’을 금지해 하나의 직급 급여만 받도록 하지만, 겸직 기간 동안 의원실 예산·인턴 인건비는 그대로 집행된다.
이 때문에 “총리는 국무회의에, 의원 보좌관은 지역구에”라는 삼각 분산이 벌어지고, 결국 국민 대표성이 희석된다는 지적이 따라붙는다.


그럼에도 국회법 29조가 그대로인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적 대통령제는 내각불신임권과 총리·장관 해임건의권을 국회에 주는 대신, 대통령이 의원 출신 인사를 행정부로 끌어와 정국 안정을 모색할 여지를 열어 둔다.
여론 악화와 의정 공백을 떠안더라도 ‘정치적 타협’이 필요할 때마다 의원 겸직 카드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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